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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독수리 (2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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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비무장지대의 생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인간의 손에 닿지 않은, 총 4km 너비의 땅인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야만스러운 개발 계획에서 벗어나 한반도에서 가장 풍부한 생태계를 회복하였다. 여기까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큐멘터리에서 그곳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조사한 결과, 비무장지대에 사는 독수리와 크고 작은 포유류들이 사실 인간이 주는 사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곳을 이루는 동물과 사람간의 일방적인 관계를 비판하며 우수한 생태계라고 인정받는 현재 비무장지대의 이면을 드러내었다. 나 역시, 당시 영상을 보면서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 유지되는 그곳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공감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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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인가. 인류는 약 300만년 전 쯤,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불리는 종에서 시작하였다. 300만년의 기간 동안 인류는 지구별에 잘 적응하여 진화하였고, 파충류에 이어 두 번째로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인간은 자연의 완벽한 순환의 고리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지 못하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어버렸다. 인류는 지구의 다른 생물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어째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일까? 인류는 지구가 아닌, 외계에서 발생하여 갑작스레 찾아온 이방인이라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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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보다 더 오랜 옛날에는 인류 역시 지구 생물들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그들은 다른 생물들이 가진 예민한 감각기관은 없었지만 유달리 풍부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하늘을 보고 땅의 변화를 살피며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살았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삶과 고대 철학자들의 기록. 역사로 남은 과거의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당시 인류가 다른 생물들과 이루었던 관계의 조화로움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일부 집단에서는 다행이나마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보존되어 온 관계도 있으나 비교적 최근에 성립된 관계도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자연 생태계에서 볼 수 있었던 연결고리와는 매우 다른 성격을 띈다. 그것은 상호간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공생관계나 먹이사슬과는 달리 타인에게 느끼는 애틋하거나 슬픈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눈밭에 갇혀 죽음의 위기에 처한 고라니를 구해주는 대관령의 농부는 자신이 애써 지켜낸 배추를 고라니에게 나눈다. 비무장지대의 군인들은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독수리와 포유류들을 위해 먹이를 주기적으로 가져다 두며,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은 고래와 북극곰을 구하는 일에 대가도 없이 자신을 내던진다. 이것은 뛰어난 감각과 생존기술이 아닌, 감성과 공감하는 마음을 부여 받은 인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상대에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이 활동은 이미 생태계의 정점에 오른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졌기에 이루어진 관계이니, 다시 먹고 사는 문제가 생사를 좌우하게 된다면 무너질지도 모를 위태로운 관계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들 어쩌하리. 우리는 지구별 생명의 일부로서 어떤 식으로든 다른 생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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