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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새들에게 (2020.1)

지난 봄에 본 그 영화[1]를 잊을 수 없습니다. 바다 위를 날며 아기에게 줄 식사를 모으는 엄마와 생물을 가장한 채 바다 위에 떠있는 그것들. 엄마의 입에서 아기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그것들. 우리의 오랜 친구였던 그것들이 당신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그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멀리하겠다고 당신에게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딱딱한 것들을 끊임없이 생산하며 효율과 속도를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죄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은 무력하게 무너지곤 하더군요.

빨대를 무심하게 잔에 꽂는 카페 직원과 분리수거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나오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을 그냥 버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버린 것들이 연약한 것들의 몸 속에 들어가고, 결국엔 당신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나 봅니다. 그러나 날을 세우고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저는 그들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상사에게 밉보일 까봐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습니다. 침묵하는 저는 죄인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카페의 직원과, 회사의 직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오늘은 특별히 더 피곤하니까, 분리수거하면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선 지난 주에도, 오늘 저녁에도 햇반을 뜯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료를 샀습니다. 불필요한 서류에 찍개로 날카로운 금속을 끼웠습니다. 게으른 저는 죄인이었습니다.

누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분리수거해도, 결국 다 그냥 버려진다고요. 분리수거와 재활용이라는거 다 허울이고 플라스틱 산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요. 그럴 때면 힘이 빠집니다. 우리가 한 후회와 약속이 무슨 소용인지. 결국 이렇게 다 죽음과 몰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 아닌지. 사실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딱딱한 그 말들로부터 귀를 막고,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시 다짐할 뿐입니다.

인간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죄입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오늘도 우리가 흘려 보낸 그것들을 모으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죄를 고백하려 이 글을 보냅니다. 그러나 깃으로 덮인 당신의 작은 귀와 검은 눈은 우리의 각지고 단단한 말을 이해하기엔 너무도 여리고 부드럽군요. 우리의 말이, 우리의 글이, 우리가 만드는 많은 것들이 더 연해지고 부드러워져 당신과 닮아지면, 그땐 당신에게 이 말이 전해질 수 있을까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1]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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